조선시대 궁궐 가운데 유일하게 동쪽을 향하는 창경궁은 창덕궁과 함께 ‘동궐(東闕)’로 불렸다. 1418년 세종이 태종을 위해 창건한 수강궁 자리에 세워졌으며, 성종 대에 정희왕후, 안순왕후, 소혜왕후를 위해 전각을 확장하며 창경궁이라 이름 붙여졌다. 왕실의 주요 생활 공간으로 사용된 이곳은 일제강점기 동물원과 식물원이 들어서면서 ‘창경원’으로 격하되기도 했다.
창경궁의 600년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오는 30일부터 창경궁 집복헌에서 상설 전시 ‘동궐, 창경궁의 시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집복헌은 영춘헌과 나란히 위치한 건물로 생활 공간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춘은 ‘봄을 맞는다’, 집복은 ‘복을 모은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 건물은 1830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834년에 재건됐다.
이번 전시는 창경궁 건립부터 오늘에 이르는 변천사, 국왕의 집무 공간, 왕실 여성과 세자의 생활, 국가 의례의 현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일제강점기 ‘창경원’으로 훼손된 과정과 광복 이후 복원 노력도 글과 사진, 영상으로 생생히 전한다. 관람객들은 유리 벽 너머로 집복헌 내부를 살펴볼 수 있으며,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영친왕비의 복식 재현품도 전시된다.
또한 30일부터 11월 16일까지는 평소 출입이 제한된 영춘헌이 특별 개방된다. 관람객들은 1848년 창경궁 행사 기록인 ‘무신진찬의궤’를 바탕으로 재현된 왕실 잔치 장면을 태블릿 PC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와 체험은 사전 예약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