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목소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 집행위원장 장해랑)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일조선인 2세 다큐멘터리 감독 박수남의 회고전을 연다. 평생을 바쳐 역사 속에서 잊힌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해온 박 감독의 전작 5편이 모두 상영되는 이번 기획전은 최초의 전면적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1935년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박수남 감독은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재일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역사 속에서 배제된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아왔다. 그의 첫 작품 또 하나의 히로시마 – 아리랑의 노래(1986)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을 당한 재일조선인들의 증언을 기록한 작품으로, 이후에도 그는 전쟁과 억압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아리랑의 노래 – 오키나와의 증언(1991), 누치가후 – 옥쇄장으로부터의 증언(2012)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상영된다. 아리랑의 노래 – 오키나와의 증언은 태평양전쟁 막바지 오키나와 전투에 강제 투입된 ‘군속’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추적하며, 누치가후는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채 살아온 생존자들의 증언을 담았다.
특히 2016년 공개된 침묵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봉기, 이옥선 할머니 등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단순한 증언을 넘어 피해자들이 오랜 침묵 속에 살아야 했던 역사적 맥락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8회 DMZ Docs에서 ‘용감한 기러기상’을 수상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박수남 감독이 딸 박마의 감독과 함께 제작한 되살아나는 목소리도 이번 회고전에 포함됐다. 이 작품은 박 감독이 수십 년간 촬영한 16mm 필름 10만 피트를 다시 살펴보며,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들의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해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강진석 프로그래머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는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착취와 학대에 분노하고 있다”면서도 “이 모든 사건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기록 덕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생을 역사에서 배제된 이들을 조명하는 데 헌신한 박수남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록이 곧 기억을 만든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박수남 감독 회고전 – 기록은 기억을 만든다’는 온라인 플랫폼 ‘다큐보다(docuVoDA)’에서 2월 28일부터 3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전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120여 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특례시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DMZ Docs 온라인 기획전 ‘박수남 감독 회고전- 기록은 기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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