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작사 학전이 고(故) 김민기 대표의 데뷔 앨범을 54년 만에 LP로 복각해 재발매하고, 생전 작업을 기록·보존하기 위한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추진한다.

학전은 8일 김민기의 첫 앨범 ‘김민기’를 LP로 제작·발매하며, 연내 재단 설립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1971년 발매된 이 앨범은 ‘아침 이슬’, ‘그날’, ‘꽃 피우는 아이’ 등 한국 대중문화사에 상징적인 곡 10곡이 수록돼 있으며, 당시 김민기가 만 20세였던 해에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발매 직후 김민기가 서울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민중가요를 가르친 사실로 인해 당국에 의해 음반 판매가 금지됐고, 이후 그의 음반은 암거래와 해적판으로만 유통됐다. 1987년 ‘아침 이슬’이 해금된 뒤에는 김민기의 동의 없이 복원 음반이 발매됐다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1990년 한시적 합의로 재판매된 바 있다. 2004년에는 CD로 복원됐지만 LP 복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전은 오리지널 음반을 수집해 최신 기술로 음원을 복원하고, 음반 커버 디자인은 원본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해 새롭게 구성했다. 검열로 인해 ‘종이연’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됐던 곡은 원래 제목인 ‘혼혈아’로 복원 수록된다. 또한 친필 악보와 메모 등 김민기의 작업 흔적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학전은 이번 복각 LP 발매를 시작으로 김민기와 학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본격화하며, 김민기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보존할 ‘학전김민기재단’ 설립을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공식적인 1주기 추모 행사는 고인의 뜻에 따라 따로 진행하지 않는다.

한편, 학전과 별도로 고인을 추모하는 콘서트 ‘김민기 뒤풀이’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동구 스페이스 거북이 소극장에서 열린다. 말로, 김일두, 윤선애, 여유와 설빈, 작가 최창근 등 다양한 음악인과 문인들이 무대에 올라 고인의 예술세계를 기린다.

김민기는 ‘아침이슬’, ‘상록수’ 등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를 남긴 가수이자, 연출가로 소극장 학전을 운영하며 김광석, 설경구, 황정민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해 7월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