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변동불거'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로 결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변동불거’가 260표(33.94%)를 얻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8일 밝혔다. ‘변동불거’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며 변한다는 뜻으로, 올해 한국 사회를 관통한 변화와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2위는 202표(26.37%)로 집계된 ‘천명미상(天命靡常)’이 차지했다. 특정한 존재에게 치우친 운명은 없으며, 덕 있는 개인과 공동체가 시대적 신뢰를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 159표(20.76%)를 얻은 ‘추지약무(趨之若鶩)’가 3위에 올랐다. 어떤 현상에 오리 떼처럼 몰려드는 군중 심리를 비유한 말로,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쏠림’ 현상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변동불거’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양일모 교수가 추천한 표현이다. 양 교수는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 고위 인사의 위선 논란, 여야 대립 등 정치적 격변을 경험했다”며 “국제적으로도 미·중 신냉전, 세계 경제 불안, 인공지능 혁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K컬처의 성공과 APEC 개최로 국가 브랜드는 높아졌지만 국내외의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적 현실을 강조했다.
다른 교수들도 ‘변동불거’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인문학 전공 교수는 “범용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미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과 사회의 적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교수는 “조기 대선과 사회 변화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은 새로운 정치·사회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2위를 차지한 ‘천명미상’은 부산대 김승룡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하늘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특별히 대우하지 않는다”며 “결국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력자뿐 아니라 모든 개인이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지약무’는 정치와 경제 영역 전반에서 나타난 극단적 쏠림 현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표현이다. 양 교수는 “부동산·주식·코인·2차전지·AI 투자로 이어지는 투기적 심리가 반복되며 단기간 이익을 좇는 경향이 심화됐다”며 “한국 사회의 균형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한편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 왔다. 지난해에는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선택됐으며, 권력의 오남용과 사회의 무질서를 비유한 표현으로 주목받았다. 초기에는 ‘오리무중’, ‘이합집산’, ‘우왕좌왕’ 등이 시대상을 반영했고, 최근에는 ‘공명지조’, ‘군주민수’, ‘묘서동처’, ‘과이불개’, ‘견리망의’ 등 사회적 갈등과 윤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표현들이 이어져 왔다.
올해 선정된 ‘변동불거’는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을 진단하는 동시에,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던지는 사자성어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