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동안 관심이 저조했던 픽업트럭이 기아 ‘타스만’과 KG모빌리티(KGM) ‘무쏘 EV’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캠핑과 차박 등 레저 인구가 증가하면서 레저용 차량(RV)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픽업트럭도 소비자들의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RV 신차 등록 대수는 2021년 83만9,541대, 2022년 86만7,633대, 2023년 94만6,741대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신차 등록 대수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같은 기간 픽업트럭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1만3,954대로 전년 대비 23.3% 감소했으며,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97%에 불과했다. 도로 환경과 연비 효율성 문제, 신차 부족 등의 이유로 픽업트럭이 대중화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기아가 선보인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과 KGM이 내놓은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가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기아 ‘타스만’, 출시 17일 만에 4,000대 돌파

기아의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은 출시와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3일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영업일 기준 17일 만인 이달 7일까지 계약 대수가 4,000대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픽업트럭 판매량(1만3,475대)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출시 첫날에만 2,200여 대가 계약되며 흥행을 예고했다.

기아가 브랜드 최초로 독자 개발한 타스만은 4년 이상의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모델이다.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0㎏f·m의 성능을 갖췄으며, 복합연비는 8.6㎞/ℓ를 기록한다. 또한 최대 3,500㎏까지 견인할 수 있는 견인력과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 패턴을 조정하는 ‘토우 모드’를 적용해 기존 픽업트럭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승차감을 개선했다.

기아는 타스만을 앞세워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시에 호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KGM ‘무쏘 EV’,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으로 도전장

지난 5일 출시된 KGM의 ‘무쏘 EV’는 타스만과 함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또 다른 주역이다. 1993년 출시돼 쌍용자동차(현 KGM)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무쏘’의 이름을 계승한 모델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화물 적재함을 추가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이다.

무쏘 EV는 패밀리카와 레저용 차량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적재함 최대 용량은 500㎏으로 캠핑 장비, 서핑보드, 자전거 등 야외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충분히 실을 수 있다. 1회 충전 시 최대 400㎞를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행도 무리가 없다.

KGM은 무쏘 EV를 통해 최근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 국내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픽업트럭 시장, 새로운 전환점 맞이할까

타스만과 무쏘 EV의 등장으로 그동안 정체돼 있던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아와 KGM이 각각 내연기관과 전기 픽업트럭을 앞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선 만큼, 앞으로 픽업트럭이 레저·패밀리카 시장에서 더욱 대중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