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Today 오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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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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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저서 ‘패배를 껴안고’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존 다우어의 또 다른 대표작 ‘전쟁의 문화’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2010년 발간된 이 책은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해온 저자가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의 전쟁문화를 철저히 해부한 작품이다.
다우어는 ‘전쟁의 문화’를 인간이 범할 수 있는 모든 인지적 오류, 즉 편견, 신앙, 희망적 사고가 뒤얽힌 상황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정의하며, 전쟁 역사에 대한 선택적 기억과 집단적 망각이 미국과 일본 사회에 왜곡된 전쟁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두 나라의 전쟁 계획가들이 보여준 오만과 위선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합리적 선택’을 가장한 비합리성과 무책임이 얼마나 큰 파국을 불러왔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교하며 양국의 전쟁 지도자들이 전쟁 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상대국의 심리와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치명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2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일본 원자폭탄 투하와 9.11 테러를 중심으로 민간인 대량 살상의 비극을 통렬히 비판한다. 다우어는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사용한 ‘총력전’ 전략이 2003년 이라크 침공에서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이어진 과정을 분석하며 전쟁의 폭력적 본질을 고발한다. 3부에서는 1945년 일본 점령 당시 미국의 군 해체 및 공직자 숙청 정책이 성공했던 이유와, 2003년 이라크 점령 정책이 실패한 원인을 비교한다. 그는 미국이 시장 근본주의적 접근을 선택하면서 이라크를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실험장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점령 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이 같은 전쟁문화의 병폐가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하며, 전쟁과 금융 모두에서 합리성을 가장한 비합리적 오판이 동일한 비극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다우어는 ‘위험 평가의 실패’, ‘합리성으로 포장된 희망적 사고’, ‘역사적 상상력의 결여’라는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경고하며, 전쟁과 인간의 비극적 역사를 되새기도록 촉구한다.
‘전쟁의 문화’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문화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날카롭게 파헤친 역작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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