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와 함께 ‘국민 술’ 소주도 꾸준히 변모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가정보는 창립 55주년을 맞아 1970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생활물가 변동을 집대성한 ‘종합물가총람’을 발간하며 소주의 가격과 도수가 시대 흐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고 27일 밝혔다.

1970년 공식적인 가격 조사가 시작됐을 당시 소주 360㎖ 1병의 가격은 65원이었다. 당시 쇠고기 500g은 375원, 돼지고기 500g은 208원, 쌀 40kg은 2천88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주는 서민에게 결코 저렴한 가격대가 아니었다.

소주 가격이 처음 100원대로 올라선 것은 1975년으로, 5년간 약 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쌀 가격이 3.6배 오르는 데 그치며 소주는 ‘가성비 높은 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1980년 190원에서 1981년 270원으로 상승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350원, 1989년에는 450원으로 오르는 등 꾸준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1996년에는 최초로 500원대를 돌파했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600원대로 올랐다. 2004년에는 1천30원에 이르며 소주 1병 ‘1천원 시대’가 열렸다. 한국물가정보가 집계한 2025년 11월 기준 대형마트 소주 판매 가격은 1천260~1천340원 수준이다.

가격 상승과 달리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꾸준히 낮아졌다. 1920년대 증류식 소주는 35도에 달하는 독주였고, 1960년대까지는 30도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1970년대 들어 25도 소주가 등장해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1990년대부터 21도·23도 제품이 출시되며 도수 인하 경쟁이 본격화됐다.

2006년에는 처음으로 19.8도 소주가 나왔고, 2014년 17도대, 2019년에는 16도대 제품이 등장해 현재까지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대전·충남·세종 지역 업체인 선양소주가 14.9도 제품을 선보이며 역대 최저 도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실시한 국내 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소주는 52%로 1위를 차지했고, 맥주는 38%로 뒤를 이었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소주는 시대에 맞춰 변화해 온 대표적인 생활 제품”이라며 “소주의 변천은 곧 생활 물가와 소비문화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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