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씨식물은 화려한 꽃을 피우고 다량의 씨앗을 만들어 꽃을 찾아온 동물들이 씨앗을 퍼뜨리도록 진화해 왔다. 동물의 털에 달라붙는 씨앗 형태를 발달시키고, 꿀벌의 다리에 꽃가루가 묻게 하는 구조로 꽃 모양을 바꾸는가 하면 향기를 더해 주변 생물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번식 전략을 고도화했다. 도토리를 만들어 다람쥐가 숲 사이를 이동하며 씨앗을 옮기도록 유도하고, 다람쥐가 땅속에 숨겨둔 도토리를 잊게 하는 화학물질까지 포함하는 등 생존을 향한 식물의 진화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식물의 이러한 전략은 곤충이나 작은 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밀·옥수수와 같은 작물은 인간의 노동과 재배 활동을 통해 숲을 개간하는 방식으로 서식지를 확장했고, 인간은 그 대가로 식량을 확보했다. 저자는 이 같은 관계를 공진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식물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한 사례들을 서술했다.
책은 인간의 달콤함에 대한 욕망을 매개로 세계 전역에 퍼진 사과, 미적 감수성을 자극해 한 시대의 예술과 경제를 움직였던 튤립, 향정신성 물질을 통해 인간의 인식 작용에 관여한 대마초, 세계인의 주요 식량으로 자리 잡은 감자의 진화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2007년 초판 출간 이후 절판됐던 작품으로, 이번에 번역을 다듬고 내용 구성을 재편집해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