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전역의 전설과 민담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귀신들을 한 권으로 엮은 독특한 도감이 출간됐다. 영화감독이자 영화연구가인 강민구 작가의 신간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동남아시아 귀신 도감’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귀신 100가지를 소개한다.
책에는 남편에게 학대당하거나 강간당해 자살한 여성의 원혼으로, 자신에게 해를 끼친 남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누 귀’부터 등장한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 이 귀신은 악의적인 남성에게 복수를 하지만, 여성에게는 단지 겁만 준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귀신 ‘마가’는 베트남의 항아리에 사는 영으로, 검은 젤리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악귀는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한다. 소홀히 하면 질병과 불운을 가져온다는 믿음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마가를 집안 수호신처럼 섬긴다.
이 외에도 사산아의 영혼이 변해 태어났다는 말레이시아의 ‘바장’, 날개 달린 뱀파이어 ‘아스왕’, 불타는 해골의 형상을 한 인도네시아의 ‘화염 귀신’, 태국의 뱀 정령 ‘피 응구’, 호랑이 혼이 깃든 베트남의 귀신 등 각국 문화와 신앙이 반영된 존재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공포영화나 드라마에서 동남아 귀신들이 유난히 강렬하고 잔혹한 이유를 문화적 맥락 속에서 풀어내며, 귀신들이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사회적 금기와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 존재임을 짚는다.
‘전설과 민담에서 찾아낸 동남아시아 귀신 도감’은 공포물에 흥미가 있는 독자뿐 아니라 괴담, 민속, 초자연적 세계관에 관심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만한 흥미로운 자료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