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저술한 역사 기행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경기 양평군에서부터 서울을 거쳐 인천 교동도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한강과 그 지류가 형성한 마을 곳곳을 탐방하며 역사와 지리를 담아냈다.
책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평 두물머리, 군사적 요충지였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서울 여의도, 경기 고양·김포 지역 등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각 지역의 역사적 맥락과 지리적 의미를 더해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선 역사 기행의 성격을 띤다.
예컨대 한강대교가 지나가는 하중도인 노들섬은 과거 수운의 중심지이자 강을 건너는 경유지였다. 다리가 없던 시절 한양 북쪽에서 남쪽 노량진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들섬에서 반드시 배를 갈아타야 했다고 전한다.
또 고양 서삼릉은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적어 고요한 능으로 꼽힌다. 장경왕후의 무덤인 희릉, 인종과 인성왕후가 잠든 효릉, 철종과 철인왕후의 예릉이 여기에 해당하며, 특히 효릉은 조선왕릉 중 일반에 가장 늦게 공개됐고 지금도 비공개 구역이 많다.
서해와 맞닿은 한강 끝자락의 교동도는 지정학적으로 의미가 크다. 고려시대 이후 서해 방어의 거점이었으며, 13세기 몽골 침략 시기에는 강화와 더불어 진과 봉수대가 설치돼 바닷길을 감시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에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최전선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는 전작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에서 도성 안의 사람과 마을, 성벽의 이야기를 풀어낸 데 이어, 이번 책에서는 도성 밖 강과 마을, 바다를 따라 여정을 이어간다. 그는 길을 걸으며 차근차근 살펴보는 행위가 곧 역사를 되새기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걷다 보면 물결 위로 사라진 이름, 지워진 마을, 잊힌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라며 “이름을 부른다는 건 존재를 다시 이 땅에 새기는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