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를 이야기할 때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언제나 ‘라이벌’로 언급된다. ‘레넌-매카트니’라는 전설적인 작곡 듀오로 수많은 명곡을 남긴 두 사람은, 1970년 비틀스 해체 이후에는 종종 경쟁과 대립의 상징으로 그려져 왔다. 대중은 창의적인 천재 레넌과 분석적인 완벽주의자 매카트니를 대비시키며, 이들의 갈등이 밴드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믿었다.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이언 레슬리의 신간 『존 앤드 폴(John and Paul)』은 이러한 단편적인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방대한 인터뷰, 회고록, 다큐멘터리 자료를 토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세밀하게 복원하며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던 순간조차 그들의 협업은 결투가 아닌 듀엣이었다”고 강조한다.

책은 1957년 10대 시절 리버풀에서 처음 만난 두 소년이 음악적 동반자로 성장하고, 1980년 레넌이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어진 우정의 궤적을 담고 있다.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등 비틀스의 대표곡들이 탄생한 배경과 그 안에 숨은 감정의 흐름도 섬세하게 풀어낸다.

레슬리는 책의 마지막에서 “매카트니는 끝내 레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음악으로 전 세계와 나누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전한다.

『존 앤드 폴』은 전설의 밴드를 둘러싼 오래된 오해를 넘어, 예술적 경쟁 속에서도 빛났던 두 음악가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