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으로 아수라장이 된 비행기 안,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납치범에게서 담배를 빌려 피우며 태연하게 상황을 수습한다. 그는 빠른 두뇌와 냉정한 판단으로 납치범을 회유해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인질을 구출한 뒤 화려한 무술로 범인들을 제압한다. 그러나 그의 가방에는 시가 9천만 엔 상당의 마약과 총이 들어 있다. 그는 스스로를 “조용히 일이 해결되길 바라는 비즈니스맨”이라고 말한다.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격동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중앙정보부 요원이자 밀수업자로 이중생활을 하는 백기태(현빈)와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다. 권력과 부를 향한 욕망이 충돌하는 시대극으로, 실화에 상상력을 더한 서사가 특징이다.
1화는 1970년 실제로 벌어진 요도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일본 적군파가 민항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향하려다 김포공항에 착륙한 이 사건은 최근 영화 ‘굿뉴스’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백기태가 기내에서 직접 납치범과 맞서는 해결사로 등장한다. 그는 밀수 중이던 마약을 미끼로 납치범을 설득하고, 비밀 쪽지를 통해 ‘더블 하이재킹’ 전략을 중정에 전달해 상황을 반전시킨다.
이 에피소드는 중정 요원으로서의 위기 대처 능력과 동시에, 공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불법을 거리낌 없이 활용하는 백기태의 양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에 과감한 각색을 더해 캐릭터의 성격과 시대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정우성이 연기하는 부산지청 검사 장건영은 2화부터 본격 등장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반복되는 진급 누락에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다. 그는 부산 최대 조직의 마약 유통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백기태의 범죄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계기로 두 인물의 정면 충돌이 시작된다.
백기태는 중정의 권력을 앞세워 장건영의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청 내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등 압박을 가한다. 중정 요원들이 검찰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검찰 윗선이 수사 중단을 종용하는 장면은 당시 중앙정보부의 막강한 위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첫 대결은 백기태의 승리로 끝나며, 장건영은 향후 치열한 대립을 예고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 등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2018년 영화 ‘마약왕’과 같은 시대를 공유하지만, 현직 중정 요원이 마약 밀수에 직접 관여한다는 설정은 드라마만의 독창적 각색이다.
정우성은 최근 행사에서 이 작품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가상의 사건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역사와 허구, 권력과 욕망을 교차시키는 서사는 이 작품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오는 24일 첫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