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대표이사 최정숙,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을 맞아 그의 실내악 작품을 조명하는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기 기념’ 실내악 시리즈 I은 오는 2월 27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작인 현악 4중주 8번을 중심으로, 체코 작곡가 마르티누와 프랑스 작곡가 라이예의 작품을 함께 엮어 구성됐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8번은 스탈린 시대의 공포 정치와 전쟁의 여운 속에서 탄생한 자전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 폐허가 된 드레스덴을 방문한 뒤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단 3일 만에 이 곡을 완성했다. 작품은 ‘파시즘과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며’라는 헌사를 담고 있으며, 자신의 이니셜 ‘DSCH’를 모티브로 활용해 강렬한 자전적 색채를 드러낸다. 특히 유대 민속음악의 인용과 극적인 타격음, 반어적 표현 등을 통해 서정성과 공포를 넘나드는 독특한 현악 앙상블의 색채를 선보인다.
2부에서는 마르티누의 ‘요리책’과 라이예의 ‘삼중주’가 무대에 오른다. 제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마르티누는 쇼스타코비치와 유사한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며, 그의 음악에는 재즈적 요소와 유머가 담겨 있다. 마르티누의 작품은 전쟁의 아픔을 넘어 일종의 ‘음악적 술래잡기’를 통해 예기치 못한 즐거움과 풍경을 그려내며 청중들에게 독특한 감각을 선사한다.
라이예의 ‘삼중주’는 살롱 음악 전통인 하모니 무지크를 상기시키며, 피아노, 오보에, 바순이라는 독특한 편성으로 다채로운 실내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참여하며, 김종윤 피아니스트가 함께해 실내악만의 유머와 섬세함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이번 실내악 시리즈를 통해 시대적 격변 속에서 탄생한 작곡가들의 내면적 고뇌와 예술적 탐구를 관객들과 공유하며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적 유산을 새롭게 조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