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예술계에서 예술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인정받아온 스페인 현대 가면극의 대표작 앙드레와 도린이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클래식스가 선보이는 이번 내한 공연은 수차례 무산과 연기를 거쳐 마침내 성사된 무대로, 오랜 시간 이 작품을 기다려온 국내 관객과 공연계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0년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초연된 ‘앙드레와 도린’은 이후 유럽과 미주, 아시아 전역으로 무대를 확장하며 현재까지 30여 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1000회 이상 공연된 세계적인 작품이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입증하며 국제 공연계의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왔고,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초청 논의가 이어졌던 화제작이다.
이 작품은 영국 BE Festival에서 최우수 드라마투르기상과 최우수 해외공연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쿠바 Havana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에서는 최우수 해외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펜 플레이하우스와 뉴욕 투어에서는 LA Drama Critics Circle Awards 최우수 앙상블상과 특수예술상(가면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또한 스페인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MAX Awards**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음악 구성상, 최우수 바스크 지역 작품상을 석권하는 등 다수의 수상 이력으로 작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앙드레와 도린’은 스페인 극단 Kulunka Teatro의 대표작으로, 단 한 줄의 대사 없이 가면과 신체 움직임만으로 한 노부부의 사랑과 기억, 그리고 치매라는 삶의 변곡점을 섬세하게 그려낸 비언어 연극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앙드레와 도린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한 다툼과 무심함을 쌓아가며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점차 고립돼 간다. 그러던 중 앙드레가 치매 진단을 받으며 기억과 관계의 균열이 일상 깊숙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작품은 치매를 의학적 설명이나 극적인 장치로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함께 살아온 시간의 무게, 손짓과 눈길에 남은 감정의 흔적을 따라가며 사랑의 본질을 조용히 비춘다. 침묵은 결핍이 아닌 선택으로 작동하고, 가면 연기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은 채 응축해 전달한다. 정교한 신체 움직임과 음악, 리듬은 언어보다 직접적으로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며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감정의 흐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앙드레와 도린’은 치매를 ‘설명하는’ 작품이 아니라 ‘경험하게 하는’ 드문 무대로 평가받는다. 젊은 관객에게는 미래의 사랑으로, 중장년에게는 현재의 삶으로, 노년에게는 지금의 이야기로 다가가며 언어와 세대를 넘어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겨온 작품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말 없는 무대가 지닌 힘과 사랑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