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트럭과 기차, 선박, 군함 등에 동력을 공급하는 디젤엔진의 발명가 루돌프 디젤이 1913년 미스터리한 실종을 당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디젤의 실종과 그를 둘러싼 의문을 추적하는 신간 루돌프 디젤 미스터리가 최근 출간됐다. 미국 소설가 더글러스 브런트가 집필한 이 책은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디젤의 삶과 발명, 실종 사건의 진실을 탐구한다.

1858년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디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기계에 대한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공학자의 길을 걸었다. 1893년부터 내연기관 개발에 몰두한 그는 1897년 '압축착화' 방식의 디젤엔진을 발명했다. 이 기술은 높은 연료 효율로 증기기관을 대체하며 산업과 군사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해군에서 디젤엔진이 도입되면서 전함과 잠수함의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세계 각국이 군비 확장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 혁신은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기존 석탄 산업을 장악한 세력과 석유 시장을 독점하던 거대 자본가들은 디젤엔진이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것을 우려했다. 특히 미국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는 디젤엔진이 석유뿐만 아니라 식물성 기름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런 상황에서 1913년 9월 29일, 디젤은 런던행 여객선에 탑승한 후 spddt 자취를 감췄다. 2주 후 북해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 한 구와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류품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신원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책은 디젤의 실종과 관련해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극단적 선택설이다. 디젤이 당시 사업적 실패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 그의 유서에서 "내가 할 일이 없기에 살아갈 뜻이 없다"는 문장이 발견된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두 번째 가설은 타살설이다. 디젤엔진이 산업과 군사 전략의 핵심 기술이었던 만큼, 특정 국가나 기업이 그의 존재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제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가설은 디젤이 의도적으로 실종을 가장하고 영국으로 망명했다는 주장이다. 디젤이 사석에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와 독일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증언이 있으며, 북해에서 발견된 시신이 끝내 신원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 가설의 신빙성을 더한다.

책은 디젤이 단순한 발명가가 아니라, 산업과 군사,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시대적 인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의 실종 사건이 단순한 실족사나 자살로 단정할 수 없는 이유를 흥미롭게 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