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 까도 새로운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반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연극이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 1일부터 서울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공연 중인 연극 ‘마트로시카’는 연극을 반드시 올려야 하는 극단 단원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으로, 혼란과 돌발 상황이 끊이지 않는 무대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은 연극 속 연극 구조를 통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한 극단이 공연을 올리기 위해 겪는 좌충우돌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나쁜 상황들이 연이어 벌어지지만 단원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이어가며, 그 과정에서 웃음과 인간적인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배우 윤제문이 극단 대표 남동진 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그는 시의원에게 아부하고, 공연을 방해하는 아내를 설득하며, 무능한 리더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했다. 윤제문 특유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연기가 관객들에게 짠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극단의 최고참 단원 곽용준 역의 편준의도 인상적이다. 후배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무너져가는 공연을 붙잡는 중년 배우의 고뇌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며, 또렷한 발성과 균형 잡힌 연기로 무대를 단단히 이끈다. 전사라 역의 윤감송, 나화영 역의 최소연은 각각 진로를 고민하는 신예 배우와 낙하산 연기자의 개성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연출은 연극 ‘멧밥 묵고 가소’로 알려진 최해주가 맡았다. 그는 본 연극과 ‘연극 속 연극’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앞 장면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대사나 상황이 뒤이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구조는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연상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하며 웃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잦은 반전이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점, 빠른 전개 속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다소 버겁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연극 ‘마트로시카’는 유머와 반전을 통해 연극의 본질적인 매력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다음 달 2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