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이 상설전시관 ‘금강산과 관동팔경’ 브랜드 존과 ‘강원의 근세실’을 새롭게 단장하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물관은 조선시대 강원도를 이상향의 땅과 현실의 삶이 공존한 공간으로 조명하며, 자연 경관과 지역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금강산과 관동팔경’ 브랜드 존은 강원 최고의 명승을 바라보고 기록한 기억의 역사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연상시키는 19세기 조선 산 모양 문방구로 시작해, 조선시대와 근대에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찾은 이들이 남긴 글과 그림, 지도와 사진을 통해 ‘보고 느낀 것’과 ‘보여주고자 한 것’을 함께 전달한다.
17세기 문인 김창협의 ‘농암집’과 19세기 화원 화가 김하종의 ‘해산도첩’을 통해 조선시대 유람 기록의 방식을 소개하고, 19세기 ‘대동여지도’ 복제품과 20세기 초 금강산 관광 지도·엽서를 전시해 시대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변화한 풍경의 재현 방식을 보여준다.
7년 만에 새 단장을 마친 ‘강원의 근세실’은 강원 사람들이 이 땅에서 만들고 사용하며 지켜온 삶의 흔적을 담았다. 조선 전기 강원인의 일상 용품과 무덤에 함께 묻힌 물건을 전시한 ‘땅에서 찾은 강원인의 삶’ 코너에서는 원주 반곡동 무덤에서 출토된 ‘근봉(謹封)’ 명문의 청동 인장이 이번에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는 조선 전기 편지 봉인에 사용된 드문 유물로 평가된다.
‘강원의 흙으로 빚고 쓰다-양구 백자’에서는 조선 왕실 백자의 원료로 쓰인 양구 백토로 제작된 근대 양구 백자를 조명한다. 국립춘천박물관이 발굴한 양구 칠전리 가마터 출토 백자 조각을 선별 전시해, 조선백자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지역 수요에 맞춰 발전한 양구 백자의 특징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땅 위에 스민 강원인의 삶’에서는 강원반과 강원도 반닫이 등 목제 생활용품을 통해 산과 나무가 풍부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활상을 보여주고, 지역사회 기증 문화의 의미를 되새긴다. ‘지키려는 의지, 지켜낸 땅’ 코너에서는 항일 의병의 정신과 6·25 전쟁 당시 춘천 대첩, 고지전의 역사를 통해 강원 땅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박물관은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몰입형 영상과 체험형 콘텐츠도 새롭게 제작했다. 곡면 스크린 미디어아트 ‘기억 너머, 금강산을 그리다’는 조선시대 유람기를 바탕으로 내금강에서 외금강, 해금강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금강산 맞춤여행소’는 개인 취향에 따라 조선과 20세기 초 금강산 여행 코스를 제안하는 체험형 영상이며, ‘한눈에 보는 지도’는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지형과 여행 환경 변화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번 전시 개편을 통해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 문화의 의미를 되짚고, 강원 지역의 역사와 삶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