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내년부터 리하르트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4부작(링 시리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벤저민 브리튼의 현대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를 국내 초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정기 공연 계획을 발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내년 정기 공연의 키워드를 ‘웨이브(WAVE)’로 정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흐름 속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다룬 네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오페라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절대 반지를 둘러싼 신과 인간,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 4부작으로, 북유럽과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바그너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탄호이저’와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부터 2028년까지 링 시리즈를 단계적으로 무대에 올린다. 내년은 링 시리즈 전편이 초연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로, 공연의 상징성과 의미를 더한다.
첫 작품인 ‘라인의 황금’은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지휘는 로타 쾨닉스가 맡고, 연출은 로렌조 피오로니가 담당한다. 두 사람은 각각 국립오페라단의 ‘죽음의 도시’와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현대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브리튼의 ‘피터 그라임스’는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국내 초연된다. 이 작품은 영국 시인 조지 크래브의 시 ‘자치구(The Borough)’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어부 피터 그라임스와 함께 바다로 나간 소년 어부의 죽음을 계기로 벌어지는 공동체의 갈등과 비극을 그린다. 지휘는 영국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알렉산더 조엘이 맡고, 연출은 ‘죽음의 도시’에 참여한 줄리앙 샤바가 담당한다.
내년 첫 정기 공연은 쥘 마스네의 ‘베르테르’로 문을 연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지휘는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지낸 홍석원이 맡고,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연출한 박종원 감독이 오페라 연출에 처음 도전한다.
연말에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스’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며, 지휘는 발레리오 갈리, 연출은 80대 거장 야니스 코코스가 맡는다. 작품은 프랑스어로 상연돼 원작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될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내년 정기 공연은 현장 관람뿐 아니라 국립오페라단 스트리밍 서비스 ‘크노마이오페라’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시즌을 통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국내 오페라 관객층을 넓히고, 장기 프로젝트인 바그너 링 시리즈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