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흑두루미와 겨울 탐조의 성지로 자리잡다

WowToday 오형석 기자 승인 2024.11.26 18:01 의견 0

전남 순천만이 겨울철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이자 흑두루미 탐조의 성지로 주목받고 있다. 순천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이즈미 지역에 주로 서식하던 흑두루미가 점차 순천만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던 개체군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자연성 회복을 위한 노력, 흑두루미의 귀환

순천만의 자연성 회복은 2006년 민선 3기 당시 노관규 시장이 생태관광지 조성을 본격 추진하며 시작됐다. 순천시는 순천만 인근 식당, 오리농장, 주택 등을 철거하고 생태계를 복원했으며, 2007년에는 시조(市鳥)를 비둘기에서 흑두루미로 변경했다.

2009년에는 흑두루미의 전선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대대뜰 지역(59ha)의 전봇대 282개를 철거하는 대대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을 맺어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 개체수는 2009년 약 400마리에서 2021년에는 3,400여 마리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22년 일본 이즈미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피해 약 6,000마리의 흑두루미가 순천만에 도착했으며, 그중 절반은 순천만을 월동지로 완전히 변경했다. 올해 들어서는 역대 최대인 약 7,600마리의 흑두루미가 관찰되어 세계 개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람사르길, 탐조의 명소로 부상

흑두루미 외에도 순천만에서는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등 다양한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순천만의 대표 탐조 코스인 람사르길은 철새 관찰의 최적지로 떠올랐다. 2009년 기존 차로였던 400m 구간을 흙길로 복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5.8km의 맨발 걷기 길로 연장되며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람사르길에서의 흑두루미 관찰 허용 거리는 기존 150m였으나, 올해에는 탐조대 인근 농경지까지 약 80m 거리로 다가와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해졌다.

겨울철새 탐조 프로그램 운영

순천시는 다음 달 2일부터 내년 4월까지 순천만 겨울 철새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셀프 탐조’는 천문대와 탐조대에 설치된 고배율 쌍안경을 이용해 자유롭게 철새를 관찰할 수 있으며, ‘사운드 탐조’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탐조 전문가와 함께 람사르길과 갈대숲 탐방로, 용산 소공원 등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매일 3회씩 1시간 동안 진행된다.

또한, 공원 개장 전 이른 아침부터 진행되는 ‘워킹 탐조’는 하루 4회씩 운영되며, 7세 이상 참가자 15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2시간 동안 철새와 순천만의 자연을 깊이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약은 순천만습지 공식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새멍으로 만드는 특별한 추억

순천시 관계자는 “탐조는 미국과 유럽에서 골프와 맞먹는 고급 취미로 인정받고 있다”며 “순천만에서의 탐조는 불멍, 물멍과는 또 다른 ‘새멍’의 매력을 느끼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순천만은 흑두루미와 철새들에게 안전한 서식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탐조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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