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와 함께 오는 5월 신작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제204회 정기공연 ‘카멜리아 레이디’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노이마이어가 1978년 창작한 작품이다. 상류층 남성과 계약을 맺고 부유한 생활을 보장받는 대가로 쾌락을 제공하는 여성 ‘코르티잔’ 마르그리트와 젊은 귀족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무대 위에 놓인 피아노에서 연주자가 직접 프레데리크 쇼팽의 음악을 연주하며 작품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녹턴과 폴로네즈를 비롯해 주요 장면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이 흐르며 극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작품의 대표적인 명장면은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이 선보이는 세 차례의 파드되(2인무)다. 각 장면에서 무용수의 드레스 색에 따라 ‘퍼플 파드되’, ‘화이트 파드되’, ‘블랙 파드되’로 불린다. ‘퍼플 파드되’는 두 사람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화이트 파드되’에서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감을 담은 안무가 펼쳐진다. 마지막 ‘블랙 파드되’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격렬한 감정을 춤으로 풀어낸다.
이번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다. 지난해 5월 ‘인어공주’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그의 안무작으로,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을 성사시키는 데 강수진 예술감독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예술감독은 현역 무용수 시절 ‘카멜리아 레이디’를 대표작으로 삼아 활약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99년 동양인 최초로 세계적인 무용 시상식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직접 경험하며 그의 안무 철학을 깊이 이해한 무용수로 평가받는다.
노이마이어는 안무작을 다른 발레단에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강 예술감독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공연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찾아 출연 무용수를 직접 결정하고 안무를 지도하는 등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안무 거장과 한국 무용계의 거목이 다시 한번 협력하는 무대로,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