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성 출토 목간 4점의 모습

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삼국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 3점이 새롭게 발견됐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목간 가운데 한 점에는 ‘기묘년’이라는 연대가 명확히 기록돼 있어,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 중 가장 오래된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올해 5월부터 진행한 제15차 발굴 조사에서 집수 시설 주변에서 목간 3점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은 종이 보급 이전 기록 수단으로 쓰였던 나무쪽 자료로, 고대인의 생활과 신앙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출토 지층에서는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 유적에서 흔히 보이는 토기 조각이 함께 발견됐다. 조사단은 토기 제작 시기와 지층 성격을 고려할 때 목간이 5세기 전후 백제 문화층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목간은 연대를 나타내는 ‘기묘년’ 글자가 남아 있는 점이다. 한국목간학회 전문가들은 판독 결과가 60갑자 중 16번째 해를 나타내며, 주변 유물과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439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서울 몽촌토성에서 출토된 목간 제작 시기(551년 이전 추정)보다 약 100년 앞선 시기다.

문자 판독에 참여한 이재환 중앙대 교수는 “연대가 특정되는 국내 목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례로 보인다”며 연구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나머지 목간 두 점에서도 의미 있는 글자를 확인했다. ‘시(尸)’ 자 아래 글자들이 이어진 형태의 목간에서는 ‘천(天)’·‘금(金)’ 등의 글자가 확인됐고, 주변에서는 점을 치는 데 사용하는 복골(卜骨)도 다수 출토됐다. 양주시는 이를 근거로 중국·일본의 부적과 유사한 주술적 용도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다른 목간에서는 ‘금물노(今勿奴)’라는 지명이 확인됐다. 이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구려계 지명으로, 현재 충북 진천 일대로 비정되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백제 토기와 함께 고구려계 지명이 출토된 점은 기존 통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대모산성은 최근 몇 년간 목간 출토가 이어지며 고대사 연구의 주요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봉’과 관련된 목간이 처음 발견됐고, ‘금와인’ ‘토와인’ 등의 글자가 적힌 목간과 숫자 기록 목간도 확인됐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오는 2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이번 조사 성과와 출토 목간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