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연극의 지평을 넓힌 극작가 이근삼(1929~2003)의 대표 단막극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창작집단 ‘팀(TEAM) 돌’은 이근삼의 단막극 네 편을 엮은 ‘이근삼 단막극전’을 오는 6월 25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이근삼 특유의 풍자와 사회 비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작품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1부에서는 정치권력의 부패와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유실물’이 무대에 오른다. 2부에서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가족 문제를 비판한 ‘원고지’, 세대 간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낸 ‘낚시터 전쟁’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이근삼이 생전 직접 제안해 설립된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이근삼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고, ‘극장 설립’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의 요청에 따라 탄생한 메리홀은 이후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연극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연출은 TEAM 돌 대표 정승현이 1부를, 극단 작은신화의 최용훈 대표가 2부를 맡는다. 최용훈 연출가는 이근삼의 아들이자 연극인 고(故) 이유철과 대학 시절부터 함께 활동해온 인연이 있다. 무대 디자인은 이근삼의 딸이자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인 이유정이 맡아 가족의 예술적 유산이 고스란히 공연에 스며든다.

이근삼은 1960년 희곡 ‘원고지’를 시작으로, 사회 비판과 풍자를 주제로 한 희곡 60여 편을 발표하며 한국 현대 희극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현대적 연극기법을 국내 무대에 도입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모란장, 옥관문화훈장 등을 수훈한 바 있다.

‘이근삼 단막극전’은 그의 문학 세계와 연극적 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는 무대로, 시대를 초월한 통찰과 감동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