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로봇공학자인 다니엘라 루스 MIT 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이 최근 출간한 『MIT 로봇 수업』(김영사)에서 “로봇은 인간을 더 유능하고 생산적인 삶으로 이끄는 도구이며,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단언했다.

CSAIL을 이끄는 루스 소장은 책에서 로봇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인간과 로봇의 공존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그는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지능형 기계’로 설명하면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한 뒤 물리적 반응을 실행하는 장치”라고 규정했다. 예컨대 평범한 자명종은 로봇이 아니지만, 스스로 시간을 감지해 사용자를 깨우도록 개조하면 로봇이 된다는 설명이다.

루스 소장은 로봇의 핵심 역할이 인간의 물리적 능력과 지능을 보완하는 ‘도구’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로봇이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이며, 인간이 활용 목적을 설정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또한 로봇 시대가 임박했다는 대중의 기대와는 달리, 로봇 기술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정밀한 손을 제작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로봇의 두뇌가 부족하며, 인간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위한 언어처리 기술, 유연하면서도 강력한 인공근육 개발 등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한다.

책 말미에서 그는 로봇 기술 발전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를 규제할 윤리적·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처럼 로봇의 공익성과 위험성을 사전 심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며, 상업적 사용 전 특정 용도를 승인하는 법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MIT 로봇 수업』은 로봇을 막연한 위협이나 환상이 아닌, 인간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게 하는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