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제주 한라산 남서쪽에 위치한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는 백록담 남서 외곽에 위치한 약 2.3km 길이의 지형으로, 최대 폭은 500~600m에 이른다. 이 지역은 크기가 다양한 유문암질 암석 조각들이 맞물려 넓게 분포하는 독특한 화산 쇄설암 지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 지형은 약 2만 8천 년 전 소규모 용암돔이 붕괴되며 발생한 화산쇄설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화산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특히 이 지역에서 확인된 유문암질 암석은 제주 전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현무암과는 달리, 이산화규소(SiO₂) 함량이 높아 밝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현무암질 암석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조사를 통해 유문암질 암석의 존재가 처음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제주 화산 지형의 형성과정 및 마그마 진화 단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모세왓 지대에서는 생성 연대가 명확히 밝혀진 유문암질 각력암 파편들이 넓은 지표 퇴적층에서 분포하고 있어, 한라산 고지대 화산 퇴적층의 형성과정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모세왓’이라는 지명은 제주 방언으로 ‘모래밭’을 뜻하나, 실제로는 밝은 유문암질 암석이 널려 있어 외관상 모래밭처럼 보이는 돌밭에 가깝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을 통해 제주 고지대 화산 활동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