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3400여 회 공연,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한 전설의 여성 1인극 ‘로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영원한 로젤’이라 불리는 배우 김지숙(68)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극단 ‘전설’과 함께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무대를 선보인다.

극단 전설은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북구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김지숙의 모노드라마 ‘로젤’을 공연한다고 29일 밝혔다. ‘로젤’은 독일 작가 하랄트 뮐러(Harald Mueller·1934~2021)의 1971년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1991년 김지숙이 초연한 뒤 여성 연극의 새로운 장을 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은 가족의 강압으로 꿈을 포기당한 한 여성이 냉혹한 세상 속에서도 예술가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부서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과 대화하듯 진행되는 김지숙의 연기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강렬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김지숙은 8년간 정신병원에서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하며 얻은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 직접 번안과 각색을 거듭해 완성도를 높였다. 음향과 조명, 배우의 내면 연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무대는 한 인간의 삶과 예술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연극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은 김지숙의 연극 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크다. 박정자, 손숙, 최민식, 예지원 등 연극계 원로와 후배 배우들, 봉준호·김지운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보내온 응원 영상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극단 전설 관계자는 “‘로젤’은 김지숙이라는 배우의 인생과 맞닿아 있으며, 꿈과 사랑, 웃음과 눈물의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젤’의 티켓 가격은 전석 4만 원이며, 예매는 세종문화회관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