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 '호프' 포스터

‘영화 산업의 위기’, ‘극장의 위기’라는 우려가 이어져 온 가운데, 2026년 극장가에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객 감소와 제작·투자 위축으로 국내 상업영화 개봉 편수는 크게 줄었지만, 새해에는 나홍진·류승완·윤제균 감독을 비롯한 중량급 창작자들의 신작과 흥행 검증 프랜차이즈가 연이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쇼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5대 배급사가 2026년 개봉을 계획 중인 한국 상업영화는 총 22편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40편 안팎이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배급사들은 수익성과 완성도를 우선한 이른바 ‘알짜 라인업’ 전략으로 관객 신뢰 회복을 노리고 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2026년 한국영화 개봉 예정작이 7편으로 가장 많다. 대표작은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호프’다. 비무장지대 인근 항구마을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황정민·조인성·정호연과 함께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다. 여름 개봉을 확정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CJ ENM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의 후속편을 전면에 내세운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 2’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버지 성민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나선 아들 세주의 시선을 통해 세대 간 갈등과 한국 사회의 변화를 그린다. 2014년 개봉한 전편의 감동을 잇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원작 만화 4부를 영화화한 ‘타짜: 벨제붑의 노래’도 준비 중이다. 변요한과 노재원, 일본 배우 미요시 아야카가 주연을 맡았으며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를 상반기 선보인다. 탈옥수와 환자가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최민식과 박해일이 호흡을 맞췄다.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개봉이 미뤄졌던 작품이어서 관객 반응에 관심이 모인다.

쇼박스는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를 2월 개봉한다. 유배된 단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가 출연한다. NEW는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휴민트’를 설 연휴인 2월 11일 개봉한다. 조인성이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박정민이 북한 보위성 조장으로 등장한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촬영은 이미 마쳤으며 공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올해 한국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 많았다”며 “내년 역시 관객 규모가 크게 반등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중·저예산 영화 제작 지원이 확대돼 제작 편수가 늘어난다면 장기적으로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평론가는 “나홍진의 ‘호프’나 류승완의 ‘휴민트’ 같은 기대작이 초반 흥행을 견인한다면 극장가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영화 라인업도 화려하다.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둠스데이’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빌런 닥터 둠으로 출연하고 크리스 에반스의 복귀까지 예고하며 12월 18일 개봉을 확정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가 다시 주연을 맡아 기대작으로 꼽힌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오디세이'

디즈니·픽사의 ‘토이 스토리 5’는 6월 개봉 예정이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년 만의 속편으로 돌아와 메릴 스트리프,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각색한 ‘오디세이’를 7월 15일 선보이고,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 파트 3’를 12월 18일 개봉할 예정이다.

국내외 기대작이 고르게 포진한 2026년 극장가가 침체된 영화 산업에 실질적인 회복 신호를 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