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파(b. 1981) 〈Drawing for Gore Deco #1〉 2025, Charcoal on paper, 112 x 76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안천호 (국제갤러리 제)

국제갤러리는 15일까지 K1과 K2에서 작가 장파의 개인전 ‘고어 데코(Gore Deco)’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장파의 첫 개인전으로, 회화·판화·벽화를 포함한 약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고어 데코’는 장파가 꾸준히 탐구해온 몸, 정체성, 장식성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다. ‘고어(Gore)’는 여성, 성소수자, 소수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상징적 폭력을 상징하며, ‘데코(Deco)’는 장식의 미학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사회적 규율을 의미한다. 작가는 고통과 장식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한 화면에 병치해, 몸과 폭력, 숭고함과 혐오의 복합적 감각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K1 전시장 1층에서는 이성을 상징하는 삼각형 캔버스를 거꾸로 설치하고, 신성함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내장 이미지로 장식하는 등 상징 구조를 전복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2층에는 해골 이미지와 강렬한 색채, 쇠붙이나 머리카락 같은 이질적 소재가 혼합돼 장파 특유의 긴장감 있는 화면 구성이 이어진다.

K2 전시장에서는 고전적 여성 이미지, 인터넷 기반의 여성혐오 시각자료,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텍스트 등이 캔버스 위에 차용된다. 여기에 조각난 신체, 장기, 눈과 입술 같은 ‘구멍’ 이미지가 병치되며, 동시대 시각문화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재현·소비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소외된 몸의 감각과 장식의 의미를 통해 회화가 지닌 표현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실험적 시도로 평가된다. 장파는 전통적 회화 형식에 머물지 않고, 신체와 이미지의 경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회화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장파는 2006년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미학과를 졸업하고, 2017년 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를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