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가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공연되는 이번 작품은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북한의 선전 공연을 능가할 새로운 무대를 만들라는 국가 명령 아래, 뮤지컬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이들이 펼치는 고군분투를 해학과 풍자로 담아낸다.

작품은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 유덕한 실장이 신출내기 연출가 김영웅과 함께 국가 차원의 쇼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들이 선택한 장르는 바로 ‘뮤지컬’. 그러나 당시 한국 사회에서 뮤지컬은 생소한 공연 형식이었고, 등장인물들은 혼란과 시행착오 속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무대를 만들어간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완전히 새롭고 한 번도 알려진 적 없는 대단한 코리안 쇼’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정 아래, 당대 권력의 압박과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들의 분투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극 중 정부 고위층의 후원자 이름을 작품 대사에 녹이려는 시도, 어색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교포 작곡가의 등장은 작품 특유의 코미디 색깔을 더한다.

작곡가 강길룡 역의 김범준을 비롯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풍성한 넘버도 눈에 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설명하는 ‘그게 바로 뮤지컬이니까요’, 주인공 김영웅의 자조적인 감정을 담은 ‘내 자리’ 등은 웃음과 감동을 오가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

작품은 뮤지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뮤지컬은 해피엔딩이어야 해”라는 대사는 단지 시대적 요구가 아니라, 관객이 원하는 ‘즐길 거리’로서 뮤지컬이 나아갈 방향을 상징한다. 창작극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역사적 상상력과 위트,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 서울시뮤지컬단의 도전적인 시도이자, 한국 뮤지컬의 뿌리를 돌아보는 무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