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미술가 시게키 마츠야마의 첫 한국 개인전 ‘포트레이츠 V(초상화 V)’가 8일부터 9월 6일까지 서울 성수동 CDA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정체성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조명하는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 ‘포트레이츠 오브 대즐(Portrait of Dazzle)’의 신작과 함께, 디지털 사회에서의 익명성과 정체성을 다룬 ‘어나너모스 히어로즈(Anonymous Heroes)’ 시리즈가 함께 공개된다. 특히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 공간으로 들어가 ‘대즐위장’ 패턴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설치물 ‘대즐 룸’도 마련돼 이목을 끈다.

시게키 마츠야마는 온라인에 떠도는 수많은 얼굴 사진 속 눈을 추출해, 함선 위장 기술에서 착안한 대즐 패턴 위에 투영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초상화를 제작한다. 전통적 초상화가 특정 인물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그의 작품은 익명성과 가면성, 정체성의 모호함을 강조한다. 관객은 작품 속 눈동자에서 낯익은 감정을 느끼며, 디지털 타투, 딥페이크, 생성형 AI 등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정체성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대즐위장’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적의 시야를 교란하기 위해 사용된 위장 기법으로, 마츠야마는 이를 현대 사회의 정보 혼란과 정체성 왜곡의 은유로 활용한다. 반복적인 패턴과 강렬한 색채는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기술과 소비문화가 인간의 자아에 미치는 영향을 되묻는다.

시게키 마츠야마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인간 존재와 사회적 맥락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회화,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는 현대 예술과 기술, 개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시각적 경험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