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이 공동작업한 '보이스 보이스 스케치'(Sketch for Beuys Voice), 1990(왼쪽), '보이스 보이스'(Beuys Voice), 1990, 사진: 제임스 코핸 갤러리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과 미국 판화가 마크 팻츠폴(76)의 협업을 조명하는 전시 ‘로봇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에서 개막했다.
팻츠폴은 1981년 미국 신시내티에 ‘클레이 스트리트 프레스’(Clay Street Press)를 설립하고 수많은 미술가와 협업해온 판화가다. 1983년 백남준과 처음 만나며 그의 작품 제작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고, 이후 수석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으로 활동하며 백남준의 TV 조각을 비롯한 주요 작품 제작을 도왔다. 두 사람의 협업은 ‘백남준 팩토리’라 불렸던 신시내티 작업 공간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해, 연구 스케치와 설치 도면, 모형(Mock-up), 사진, 영상 등 기록물 300여 점과 1980년대 제작된 판화 20여 점을 공개한다. 대표적으로 백남준과 팻츠폴이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 ‘V-아이디어: 선험적’ (V-IDEA: a priori, 1984)과,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혁명가 8명을 8개의 TV 조각으로 형상화한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진화, 혁명, 결의’ (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등이 전시된다.
전시와 연계한 전문가 토크 콘서트도 네 차례 진행된다. 9일에는 백남준의 또 다른 기술 협업자였던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와 마크 팻츠폴이 함께 출연해 백남준과의 협업 과정과 작품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4월 6일에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스케치와 백남준의 사이보그 개념을 비교하며, 시대에 따른 인간관의 변화를 조명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작품을 구상하고 실현했던 1980~90년대 ‘백남준 팩토리’를 재조명하는 기회”라며, “그곳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양의 기록물을 공개해 백남준 예술 세계의 실체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